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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린베드의 하루

 
작성일 : 19-06-23 03:58
내가 그에게 썼던 편지 하나.
 글쓴이 : 최고관…
조회 : 6,401  


경남척수장애인협회가 있는 진주에 미팅이 있어 떠나기 전,

데스크위의 책들을, 소품들을 정리합니다. 

오래전에 그에게 썼던 손편지 카피 하나가 붙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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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밤, 이 새벽 길 가에 앉아 바람스치는 소리 듣고 있어.

이 내모습 속에서 나를 바라 보고 있어.


감정의 윤기까지 벗겨내고 미련의 물기까지 부는 바람에 맡겨 내 모습 그대로의 나로 가져 가고 싶어.

흘러 가는 시간 저 먼 곳에 또 어떤 모습으로 분명히 서 있을테지만 그 모습만은 내가 선택하고자 해.


힘들다는 생각, 그런 건 사치라고 느낄 수있도록 내 모습 바로보며 하루 하루를 내 생 마지막 축제의 하루로 보내겠어.

하루 하루가 마지막이라면 미련이나 힘들다는 생각은 없을꺼야.

선택의 잘못도, 용서나 원망, 미련같은 말은 생각치도 못하겠지.

그저 사랑만이, 한없이 낮춰진 마음만이 강물처럼 따라 따라 흘러 가겠지.


생각하는 곳에 존재한다는 그 말, 그것은 진실일꺼야.

내가 나무를 생각하면 거기에 나무는 있을 것이고 바다를 생각하면 바다는 있어 질꺼야.

내가 생각하는 곳에 네가 있다면 너는 내 가슴속에 엄연히 있을꺼야.

보이는 곳에 너는 잠시 머물겠지만, 생각 속에 너는 내가 생각하는만큼 내 속에 머물러있겠지.


내가 할 수있는 만큼만 그렇게 살아 가겠어.

언제던 불어 왔던 바람이고, 반짝였던 빛들이었을꺼야.

그 바람, 빛들을 가슴에 껴안고 그렇게 살아 갈꺼야.  ---------- .


제가 오래전에 사람에게 썼던 편지 한 구절을 다시 봅니다.

떠나는 이 새벽에

살아 가는 내모습을 봅니다.


cleanbedteam.